지난달 미국 블라인드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입사 이틀차 직장인의 글이 화제가 됐다. 내용은 마이크로소프트 생활에 대한 극심한 부담을 토로한 것이었는데, 같은 부담을 겪고 있는 실리콘밸리 재직자들의 공감을 받아 주간 인기 글에 선정되기도 했다.
글쓴이는 ‘나는 살아남지 못할 거다. 아무 것도 이해가 안 된다’라며 불안감을 호소했는데, 이는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의 대표적 증상이다. 가면 증후군이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내 성공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불안해하는 증상을 말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폴린 클랜스(Pauline R. Clance)와 수잔 임스(Suzanne Imes)가 80년대 처음으로 이름 붙인 후 오늘날 실리콘밸리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됐다.
실리콘밸리 10명 중 6명 ‘내 무능 들킬까 두렵다’
7월 직장인 소셜 플랫폼 블라인드가 미국 실리콘밸리 직장인 2,965명에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62%가 ‘내가 유능하지 않다는 걸 동료들이 알게될까 두렵다’고 답했다.
이같은 현상이 가장 두드러진 기업은 아마존(72%)이었다. 초경쟁과 적자생존의 문화로 유명한 아마존의 결과는 놀랍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구글(71%), 리프트(69%), 페이스북(66%) 등 다른 기업의 결과를 보면 다소의 차이가 있을 뿐 공통적으로 극심한 부담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업무 가중으로 더 심해져…가면 증후군 원인
전세계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실리콘밸리 직장인들이 누구보다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아이러니의 원인은 무엇일까. 심리학자들은 가면 증후군의 주 원인으로 엄격한 성장환경과 완벽주의를 꼽는다. 이 같은 성향은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할 때 개인이 좋은 성과를 내는 걸 도와준다. 문제는 좋은 성과를 낸 후에도 자신을 몰아붙이는 심리적 부작용도 함께 가져온다는 것.
개인적 성향에 더해 요즘은 사회적 요인이 하나 더 늘었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의 실업률은 대공황 수준에 육박하는 수준. 자연히 회사에 남은 재직자들에게는 업무가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가면 증후군 극복 방법
전문가들은 자신과 같은 불안을 남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가면 증후군 극복의 첫 걸음이라고 설명한다. 나아가 자신의 불안을 구성원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이 구성원들의 증후군 극복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구글은 HR 블로그 ‘re:Work’에서 구글 재직자 절반이 이 같은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는 내부 연구결과와 함께 이를 극복하기 위한 조직적 노력을 공유하기도 했다. 구글코리아 재직자는 “성취욕이 강할수록 더 자주 생길 수 있는 문제”라며 “두려움 없이 자신의 불안을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적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리더가 자신의 약점과 실패를 솔직하게 공유함으로써 실패해도 괜찮다는 인식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