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수집부터 가해자 처벌까지
직장 내 성희롱 대처법 총정리


직장 상사의 성적인 농담. 상사는 ‘장난’이었다고 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선 다를 수 있다. 명확한 기준을 몰라 망설이고 있는 직장인들을 위해 우리 법이 정의하는 직장 내 성희롱이란 무엇인지, 증거 수집 방법과 대처 방식은 무엇인지를 정리해 봤다.
판례로 보는 직장 내 성희롱의 정의
우리 법은 직장 내 성희롱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제2호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
쉽게 말해, 상사가 직장에서 음담패설을 늘어놓으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 ‘직장 내’라고 해서, ‘업무시간 회사 안’에서 벌어진 사건만 의미하는 건 아니다. 회식, 워크숍, 출장 중에 벌어진 사건이라도 업무와 관련성 있는 관계 및 상황에서 벌어졌다면 직장 내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게 우리 법원 판례다.
어떤 말이 단순한 농담이고, 어떤 말이 성희롱에 해당하는 걸까. 대법원은 그 기준에 대해 “우리 사회 전체의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판단한다”라고 제시했다.
실제 직장갑질 119에 접수된 제보 사례를 보면, “옷차림은 여자의 얼굴이다”, “여자는 남자보다 술이 세면 보기 안 좋다”, “여자라면 말을 좀 사근사근하게 해야지”, “여자로선 이미 마지노선인 나이야” 등의 발언 역시 실제 판결에서 직장 내 성희롱이라고 판단됐다.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는 것들
내가 직장 내 성희롱을 당했다고 판단했다면 다음은 증거를 수집해야 할 차례다.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 수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주변 사람들에게 남긴 증언, 문자, 이메일, 일기 등이다. 이 같은 증거를 남길 때는 피해를 입은 상황을 시간 순서에 따라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지인에게 “방금 〇〇부장이 나한테 XX라고 했어”라는 문자를 보내거나, “〇〇부장이 X월 X일에 〇〇에서 나한테 XX라고 했다”라고 일기를 남겨두는 식이다.
정신과 진료 또는 치료 기록도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 특히 치료를 받으면서 피해 사실을 의사에게 말해 진료기록으로 남겨둘 경우 이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마지막으로 가해자의 발언을 녹음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본인이 참여한 대화를 본인이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므로, 이는 법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자료다.
성희롱 피해 신고 시 회사의 의무
증거를 모았다면 신고 절차를 밟을 차례다. 가급적이면 회사 내 신고 채널을 통해 피해 사실을 신고하는 것을 권한다. 피해 사실이 접수된 경우 회사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업무 환경을 신속하게 분리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법은 누구든지 직장 내 성희롱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이를 사업주에게 신고할 수 있으며(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1항), 사업주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해야 한다(같은 법 같은 조 제2항)고 명시하고 있다.
이때 회사는 조사 기간 동안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때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선 안 된다(같은 법 같은 조 제3항)고 명시하고 있다.
외부 기관 신고 방법 3가지
그러나 회사 내 신고 채널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사업주나 회사 측이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일 경우, 책임을 회피하고자 문제를 알고도 묵인하려고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경우 외부 기관을 통해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다음의 총 3가지 방법이 있다.
①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
우선 지방고용노동청에 직접 진정을 넣을 수 있다. 특히 사업주가 각종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도 직접 진정이 가능하다.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사업주가 지켜야 할 법상 의무는 크게 세 가지다. ❶성희롱 금지 의무 ❷가해자에 대한 조치 의무 ❸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금지 의무 등이 있다.
성희롱 금지 의무(❶)는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 성희롱을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다. 특히 가해자가 사업주인 경우 사업주는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을 수 있다.
가해자에 대한 조치 의무(❷)는 성희롱 사실이 확인된 경우 지체 없이 가해자에게 징계, 근무 장소의 변경 등 조치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이를 위반한 사업주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마지막으로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금지 의무(❸)도 있다. 성희롱 사실을 신고한 피해자에게 인사⋅교육⋅임금 등에서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는 조항이다. 이를 어긴 경우에도 사업주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②수사 기관에 고소 및 고발
수사 기관에 고소 및 고발도 가능하다. 직장 내 성희롱은 사안에 따라 가해자가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언어적 성희롱뿐만 아니라, 부하직원의 신체를 기습적으로 추행했다면 형법상 강제추행(제298조), 위력(威力⋅타인의 자유의사를 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행사해 추행했다면 성폭력처벌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제10조) 등에 해당할 수 있다.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성희롱에 해당하는 발언을 문자메시지, 사진, 카톡 등 통신매체를 이용해 전송했다면, 역시 가해자가 처벌될 수 있다. 이 땐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제13조)에 해당되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③법원에 민사 소송
형사 처벌과 별개로 피해자는 자신의 정신적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우리 민법은 위법 행위(직장 내 성희롱)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제750조).
이때 피해자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치료비 및 진료비, 일실수입(불법행위가 없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수입) 등을 배상받을 수 있다. 손해배상청구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 피해가 발생한 날부터 10년 이내로 청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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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