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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가족이 아닌 스포츠팀 – 비바리퍼블리카 토스 이승건 대표

워라밸 이상의 미덕은 존재하지 않는 오늘. 직장인들이 ‘역삼동 등대’, ‘원양어선’이라고 부르지만 정작 재직자가 평가한 사내 행복도는 최고 점수를 받은 회사가 있다. 바로 금융 앱 토스의 제작사 비바리퍼블리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직장내 행복도 최상위 기업으로 평가된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를 만나, ‘행복한 등대’가 어떻게 가능한 건지 물었다.


유능한 사람에게 무한대의 자율을 준다


Q 대기업이나 관료적인 조직을 경험한 적 없는데, 왜 조직문화에 꽂혔나?

똑같은 사람도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너무 여러 번 느꼈다. 그때마다 ‘조직문화가 정말 성공의 키겠다’라는 생각을 굉장히 강하게 했다. 우린 큰 꿈을 꾸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회사를 만들겠다는 열망이 있었다. 그러려면 시대에 맞는 사랑받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라 생각했다.

Q 올해 직원수가 크게 늘었다. 토스의 ‘자율과 책임’ 철학이 한계없이 공유될 수 있을까?

토스는 올해 유플러스의 전자결제 사업부를 인수해 토스 페이먼츠를 설립했다. 토스 페이먼츠를 비롯한 4개 계열사(토스 페이먼츠·토스 인슈어런스·토스 증권·토스 뱅크)의 사업 확장에 따라 연초 300명이었던 재직자수가 750명으로 늘었다. 

분명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우리가 처음이지만 세계적으로는 이미 사례가 많다. 토스와 문화가 유사하다고 얘기하는 넷플릭스의 경우, 현재 임직원이 만 천 명 정도 되는데도 여전히 회계 부서는 예산을 잡지 않는다. ‘Plan As You Go’한다.

‘도덕성과 역량이 있는 사람들을 모셔서 최대한의 정보와 자유를 준다’는 토스의 기본 원칙은 변함 없다. 하지만 모두 모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훨씬 어려워진다든지 인원이 많아지면 달라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회사는 더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등 제도를 강화함으로써 토스의 문화를 담보하고자 한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정리한 넷플릭스의 기업문화 ‘Freedom & Responsibility’

Q 리더로서 이승건은 무슨 일을 하나?

의외로 채용과 코칭이다. 토스는 리더가 지시하거나 결정하지 않고, 구성원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구조다.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조언이나 제안 정도다. 팀원들이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보내주면 퀀텀점프할 수 있게 다시 제안을 준다. 아직도 엑셀로 모델링해서 주고, 아직도 해외 사례 조사해서 준다. 

내가 제안을 줘도 구성원이 안 받아들이면 진행이 안 된다. 내가 핀테크 업계에서는 그래도 많은 경험을 가진 편에 속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건 꼭 해야 되는 아이템’이라고 말해도 실무자가 하겠다고 하지 않으면 진행이 안 된다. 나는 ‘이건 꼭 해야 하는데…’하면서 속이 탄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우리 회사는 실무자가 공감하지 않으면 일이 진행되지 않게 디자인된 조직이다. 

Q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잃는 것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효율성이나 일관성보다는 자율과 위임이 장기적으로 회사에 더 좋은 성과를 가져올 거라 생각한다. 토스에서 역대급으로 잘된 ‘대출 맞춤 추천’, ‘지원금 조회’ 같은 아이템은 다 내가 반대한 것들이다. 너무 말리고 싶어서 합리적 근거를 여러개 써서 주기도 했고, ‘왜 하려는 거냐’고 말까지 했다. 

근데 내가 아무리 말해도 각 팀에서 하겠다고 결정하면 하는 거다. 그냥 했고, 결과는 대박이었다. 나를 포함해 반대했던 사람들이 모두 그 아이템을 낸 분께 가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토스는 이런 구조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우리의 의사결정 구조가 굉장히 건강하다고 느낀다. 


우린 가족이 아닌 프로스포츠팀이다


Q 서로 솔직하게 말하면 상처 받지 않나

솔직하게 얘기한다는 건 ‘내가 맞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 사람의 개인적인 문제든 그 사람이 다루는 비즈니스든 그것이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야 피드백을 할 수 있다. 피드백을 수용하려면 심리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피드백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스는 솔직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모시고자 한다. 전 직장에서 말이 안 되는 경험을 했을 때 상사나 주변 조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본 사람. 그래서 보통 토스에 오시는 분들을 보면 조직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어필을 했다거나, 그것 때문에 이직을 하신 분들이 많다. 

Q 직장내 유대 부문에서 재직자 평가 1위를 했다. 비결은?

직장인 소셜 플랫폼 블라인드에서 재직자들이 참여하는 직장내 행복도 조사에서
올해 토스는 직장내 유대감 부문에서 전체 응답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토스는 가족 같은 회사는 절대 아니다. 프로 스포츠 같은 팀이다. 그런데 프로 스포츠팀은 서로 피땀 눈물을 공유하지 않나.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생기는 좌절, 불안, 성공의 희열을 오랜 시간 공유하다 보면 동지애가 생길 수밖에 없다.

토스는 피어 프레셔가 굉장히 강한 문화라는데, 동료와 불필요하게 경쟁하려는 피어 프레셔가 아니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인정 받고 싶다’는 건강한 두려움이다.우리는 개별 조직이나 개인별 고과 평가가 없다. 상대평가가 없기 때문에 유대감을 형성하기는 훨씬 더 좋은 환경이다.

Q 개인별 고과 평가가 없으면 연봉은 어떻게 주나?

간단하다. Top of the market price. 그 사람이 속한 업계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연봉보다 살짝 더 높게 준다는 게 원칙이다. 어떻게 보면 회사가 비용을 너무 많이 쓴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토스에 조인하면 경제적 안정에 대한 욕구에서 벗어나, ‘동료에게 인정받고 싶다’, ‘커리어에 획을 긋는 일을 해보고 싶다’ 등 다음 단계의 욕구로 진화하길 바란다. 입사 이후에는 연봉 조정을 많이 하는데, 그때마다 그 사람의 업계 최고가를 다시 산정해서 준다. 


워라밸은 좌절감의 또다른 표현


Q 블라인드 지수에서 ‘워라밸’ 항목이 유일하게 평균(상위 40%)에 머물렀다

우리가 생각하는 워라밸은 좀 다르다. 과연 일에서 내가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잘 되고 있지 않은데, 집에 와서 와이프나 남편이나 아이들한테 잘 할 수 있을까? 반대로 가정생활에서 내가 불행한데 회사에 와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까? 

일과 삶을 완전히 내가 분리할 수 있다는 개념은 회사에서 내가 주인 의식을 갖고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하는 좌절에서 오는 감정인 것 같다. “나 일 싫어, 이런 걸로 6시 넘어서 괴롭히지 마”라는 반발감. 회사에서 오너십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좌절감의 표현이 워라밸이라고 본다. 

사실 회사라는 공간은 잘만 작동하면 굉장히 기분 좋은 곳이 얼마든지 될 수 있다. 일이 너무 재미있고, 사람들과 얘기하는 게 즐거운 팀. 경력 10년쯤 되면 그런 팀에 있었던 적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상사가 온다든가, 회사 분위기가 갑자기 변했다든가 하는 경험을 하면 ‘내가 회사에 너무 정을 줬구나.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는 마음이 든다. 삶에서 일을 분리해버리고 싶을 때 워라밸이란 개념이 나오는 것 같다.

Q 그럼 토스 다니려면 워라밸 포기해야 하나?

기업문화가 안 좋아졌을 때 회사가 해야하는 역할은 그 문화로부터 구성원을 분리시켜주는 게 아니다. 그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워라밸이 좌절감에서 온다면, 일하는 게 즐거운 문화를 만드는 게 그 좌절감을 해결하는 보다 본질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이 즐겁지 않으면 삶에서도 즐겁지 않다. 아무리 ‘월급만 받고 말 거야. 그냥 계약관계일 뿐이야’라고 생각하려 해도 잘 안 된다. 하루 중 9시간, 10시간을 영향을 받는데, 어떻게 회사에서의 일이 개인의 삶에 영향을 안 주겠나. ‘그때 부장님이 그런 말을 왜 했지?’ 하면서 잠드는 경험이 다들 있으실 거다. 결국 개인의 삶과 직장은 본질적으로 분리가 불가능하다.

‘이런 안 좋은 기업문화는 딱 9 to 6로 한정하자’라고 정해두는 것 대신, 재미있는 업무환경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게 실제 회사가 해야 하는 일이라 본다. 토스에서 일하면 워라밸을 포기해야 하냐 라고 묻는다면, ‘일과 삶이 서로 에너지를 충전시켜주는 시너제틱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직장’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 블라인드 허브

그리스 전사처럼, 하지만 지속가능하게


Q 일하는 시간을 재밌게 만드는 게 가능한가?

우리는 업무를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급자가 없다. 공감할 수 없는 지시를 받는다거나, 보고를 해야 된다거나, 불필요한 서류 작업이 많다거나 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적다. 모든 구성원이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고, 종결지을 수 있는 단위의 일을 한다. 상급자가 없으니 내 마음대로 풀스윙해서 실패할 수도, 반대로 홈런을 칠 수도 있다. 자기 생각대로 업무를 펼칠 수 있으니 일이 더 재밌어 진다.

Q 연차가 어느 정도 되면 너무 보고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보고와 지시는 아무리 연차가 높아져도 있지 않나. 전무급이 돼도 대표나 오너에게 보고해야 한다. 결국 보고하는 문화 아래에서는 아무리 고연차라 하더라도 고생한다. 토스의 원칙은 지시나 관리가 필요한 정도의 역량을 가진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가 자신의 일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결단력과 용기를 가진 분들을 모신다. 

토스는 ‘사일로’라고 부르는 팀으로 운영된다. 사일로는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역할을 기반으로 모인 10명 미만 구성원 조직이다. 각 사일로는 각 사업의 최종 의사결정권을 지닌다. [출처] 비바리퍼블리카

Q 그리스 300 전사에 비유하던데, 그렇게 일하면 번아웃 안 오나?

단 한번도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을 더 일하게 할까’ 고민해본 적이 없다. 대신 ‘어떻게 하면 업무를 off할 수 있는 용기를 내게 할 수 있을까’만 고민했다. 그 정도로 토스 팀원들은 열정적인 사람들이다. 

토스, 300 전사처럼 일하는 거 맞다. 그런데 그렇게 일하는 게 지속가능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토스 문화와 잘 맞는 분은 아마 한국에서 2만 명도 안 될 것이다. 한 분 한 분 보물처럼 소중한 분들인데, 이 분들이 금방 나가떨어지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다. 구성원들의 유지 가능한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토스는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 전사가 휴식한다. 절반 정도는 사내 활동에 참여한다. 누구나 사내 인트라넷 ‘toss internal’에 다같이 해보고 싶은 활동을 등록하고, 참여 인원을 모집할 수 있다. [출처] 토스 피드

기업문화란 ‘우리가 어떻게 성공하는가’


Q 비바리퍼블리카에 입사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우리는 사실 ‘훌륭한 기업에서 이런거 저런거 해봤다’ 이런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기업에 있었든 상관없다. 설사 기업 경험이 없다고 하더라도 괜찮다. 큰 도전을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 자신의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주도적으로 노력한 경험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성공시켜본 경험이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Q 입사하면 무조건 전직장 연봉 1.5배라는 것이 정말 맞나

예외적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1.5배다. 입사시 스톡옵션을 함께 주는데, 1억원어치의 스톡옵션을 주는 게 아니다. 받자마자 1억원의 차익이 생기는 스톡옵션을 드리는 것. 때문에 스톡옵션을 합산하면 무조건 전직장 원천징수 대비 1.5배 이상이다. 

Q 회사마다 어울리는 문화를 만드는 팁?

문화는 복지가 아니다. 호칭을 님으로 하고, 맥주 갖다놓고, 편의점 설치하는 건 문화가 아니라 복지다. 문화는 그 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토스 이전에 하도 많이 망해서,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문화가 무엇인지를 찾아야 했다. 그걸 찾는 과정에서 지금 토스의 많은 원칙이 나온 것이다.

결국 문화는 ‘우리는 어떻게 성공하는가’에 대한 자기 정의다. 우리 업은, 우리 회사에 올 사람들은, 우리가 얘기할 가치는 이것을 지향해야 한다는 하나의 궤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토스는 그게 결국 효율성과 유연성이 된 것. 그럼 나머지는 풀리는 것 같다. 

Q 이승건에게 토스란?

소중한 꿈. 토스를 씨앗으로 한국의 기업문화나 금융산업이 바뀌어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