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40-50대 직장인들을 자주 만난다. 자신의 회사에서 팀장 이상, 소위 ‘리더’인 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한 가지 불만이 있다. 바로 구성원들에게 주인 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라떼는’ 힘든 일, 궂은 일도 회사를 위해서라면 마다않고 했는데 요즘 직원들은 그렇지 않다며 서운해하는 분들이 많다. 그럴 때면 오래된 유머가 생각난다.
어느 일요일 아침, 아들이 교회 가기 싫다며 심통이 났다. 어머니가 묻는다. “왜 가기 싫으냐?” 아들 왈, 교회 가서 장로님들 잔소리도 듣기 싫고 꽥꽥대는 성가대 찬송도 너무 괴롭다고. 어머니가 달래며 말한다. “아들아, 그래도 네가 목사인데 가야 하지 않겠니?” (오해 마시라, 필자도 20년 집사 경력의 크리스찬이다. 유머는 유머일 뿐.)
어떤 일이든 밥벌이가 되면 괴롭다. 필자의 지인 중에는 하루 종일 술만 먹고 살면 행복하겠다는 애주가가 있다. 그렇다면 주류 회사의 관능검사하시는 분들은 행복할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생업과 천직은 따로 있지 않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팀원과의 정기미팅에서 제일 먼저 묻는 공통질문이 있다. “요즘 행복한가?”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이 질문에 뭐라고 답할까? 직장내 행복도 조사 블라인드 지수 2020년 결과에 답이 있다.
작년 조사 결과는 놀랍다. 대한민국 직장인 2명 중 1명이 이직을 시도했다. 코로나 사태로 노동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말로만 ‘때려쳐야지’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 일이란 생계를 위한 생업일 뿐, 천직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소위 천직이라 일컬어지는 직업이 있다. 생명을 구하는 일,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소방공무원, 경찰공무원, 법무법인 재직자 행복도는 매년 높지 않다. 지난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상위권에 랭크된 것이 최초다. 즉 소명의식만으로는 행복하지 않다. 그럼 돈을 많이 받으면 행복할까? 연봉과 재직자 행복도를 비교해 보면 역시 사실이 아님을 금세 알 수 있다.
직장인 소셜 플랫폼 블라인드는 8만 여명의 한국 직장인 표본을 기반으로 직장에서 느끼는 행복감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을 찾아냈다. 바로 업무의미감이다. 매년 같은 결과가 나온다. 작년 재직자 행복도 최상위 기업 10개 가운데 절반이 바로 이 업무의미감에서 최고점수를 받아 최상위에 랭크됐다.
생업을 천직으로 바꾸는 열쇠, 업무의미감
업무의미감이란, 자신의 일에서 개인적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 업무의미감이 높은 직장인은 직무 만족도와 조직 몰입도가 높았을 뿐 아니라 스트레스 수준 역시 낮았다. 회사에서 수행하는 업무가 개인의 성장에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근무시간이 좀 길더라도 스트레스나 번아웃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오해 마시라. 나의 일이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는 정도인 업무중요도는 오히려 직무 만족도를 낮추고, 스트레스 수준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내가 열심히 일해서 우리 조직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인식은 직장인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즉 오늘날 현대 직장인에게는 회사가 아닌 나 스스로에게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찾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의미감의 핵심은 회사가 아닌 자기의 성장에 있다. 자신의 일을 통해 ‘내가’ 더 발전하고, ‘내’ 커리어에 도움되고, ‘내’ 미래를 밝게 만든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워라밸을 조금 희생해도 상관없다.
2년 연속 재직자 행복도 TOP10에 든 비바리퍼블리카 현직자들의 기업 평가 코멘트가 이를 방증한다. ‘워라밸은 포기해도 새로운 업무 경험으로 확장할 수 있는 곳’, ‘건강관리가 필수지만 커리어 성장이 보장되는 회사’. 기업 문화 플랫폼 블라인드 허브에서 비바리퍼블리카의 재직자 평가를 살펴보면 ‘업무와 삶의 균형’ 항목은 5점 만점 2.5점을 받았지만 ‘커리어 향상’ 항목은 4.4점을 받았다.
팀원의 업무 의미감을 높이는 세가지 방법
즉 구성원들이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 하는 이유는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일이 힘들더라도 자신의 성장에 기여한다는 인식만 있다면 그들은 팀장들보다 더 열심히 일할 준비가 되어있다. 결국 기업의 성공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느끼게 하는 업무의미감을 줄 수 있는가에 달려있는 것. 그렇다면 업무의미감은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첫째,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주라.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란, 도전이 실패하더라도 회사가 자신을 용인해준다고 느끼는 정도를 의미한다. 구성원들이 회사 일을 자신의 일로 여기려면 스스로 의미 있다고 느끼는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가치 있는 시도였다면 그 개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조직이 훨씬 지속 가능하다. 오히려 도전 자체를 격려해주고 다음을 위한 학습기회로 여기고 권장하는 조직의 혁신가능성이 훨씬 높다.
둘째, 회복탄력성(Resilience) 있는 조직이 되어라. 일을 하다 보면 안 될 때도 많다. 도전적인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럴 때 ‘괜찮아’. ‘다시 해보자’ 라는 조직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고무공이 튀어 오르듯 복원력이 있는 조직은 좌절한 개인을 그냥 두지 않는다. 문제를 같이 해결하고 협업을 통해 더 나은 길을 찾아낸다. 매년 재직자 행복도 TOP10을 석권한 구글코리아 재직자들은 ‘탁월한 동료가 최고의 보상’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인 구글에게 탁월함이란 실패하지 않는 능력이 아니라 실패했을 때도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셋째, 인정(Recognition)하라. 일하면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의미 역시 커진다. 구성원들이 지금껏 노력한 결과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야 몰입할 수 있다. 좋은 결과를 전제로 한 ‘칭찬’은 부족하다. 인정은 ‘알아준다’의 의미다. 설사 결과가 좋지 않다 하더라도 시도 자체가 훌륭하고 과정이 충분했다면 그의 잠재력을 알아주고 존중해 주는 것이다. 물론 금전적 보상도 좋겠지만 금전과 같은 외적동기에는 한계가 있다. 2020년 행복도 TOP10이었던 대한민국 법원 재직자들은 자신의 회사를 이렇게 평했다. ‘법 좋아하면 최고’,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다니는 회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회사’. ‘당당하게 직장을 말할 수 있음’.
최고의 동기부여는 일하는 재미다. 조직의 리더라면 구성원에게 문제의 원인을 돌려선 안 된다. 대신 우리 조직이 구성원들에게 업무의미감을 부여할 수 있는지를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조미나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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