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 행동주의’의 시대, MZ 세대 등장이 배경
기업은 진솔하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갖춰야
2021년은 HR에게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한 해였다. 회사의 결정에 문제의식을 가진 직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고, 이 같은 경향은 업계를 가리지 않고 들불처럼 확산됐다.
시작은 하이닉스였다. 올해 초 하이닉스의 한 4년 차 직원은 대표를 포함한 전사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성과급 지급 기준을 공개하라’라고 요구했다. 하이닉스 외에도 네이버, 카카오 등 수많은 주요 기업의 직원들이 회사의 실적 대비 성과급, 임원 대비 직원 보상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문제 제기는 블라인드, 네이버 밴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공론화 됐다.
이는 결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기업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개진하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행동에 뛰어드는, 이른바 ‘구성원 행동주의(Employee Activism)’를 마주하고 있다. 기존에 노동조합을 통해 간접적으로 의사를 표출했던 집단행동의 양상과는 분명히 다르다.
MZ 세대 주축 ‘구성원 행동주의’ 부상


구성원 행동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배경에는 MZ 세대의 등장이 있다. 이들은 국내 총 인구의 32%가량을 차지하는 기업들이 공들여야 할 핵심 소비층이자, 주요 기업 구성원의 60%에 달하는 조직의 중심 축으로 부상했다.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MZ 세대는 기존 세대에 비해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과 참여 의지가 높고, 본인이 근무하는 회사에서도 자신들의 가치가 실현되기를 원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자신들의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은 회사의 정책이나 경영진의 행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선을 요구한다. 익명 게시판에 제보글을 남기고, 청와대 청원도 올리고 언론사에 제보한다. 여론 및 미디어를 활용해 집단적으로 의견을 표출한다.
전문가들은 구성원 행동주의가 전 세계적인 변화이며, 향후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기업 웨버 샌드윅(Weber Shandwick)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근로자 10명 중 4명은 고용주의 행동을 지지하거나 비판하기 위해 목소리를 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영국계 로펌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스(Herbert Smith Freehills)의 보고서에는 앞으로 대부분의 기업에서 구성원 행동주의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성원 행동주의에 대처하는 HR의 역할


내부적으로는 할 말은 하는 MZ 세대 구성원이 증가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시대. 기업은 구성원 행동주의에 주목하고 상황에 맞는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사전에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특히 HR은 구성원 행동주의에 대해 가장 먼저 대응해야 하는 부서다. 구성원 행동주의는 공정성과 다양성 등 궁극적으로 사람에 대한 존중 부족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첫째, 구성원들이 진솔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직원들이 회사의 지시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동의하는 것과 동의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공식적인 타운홀이나 설문조사만으로 직원의 의견을 들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타운홀과 같이 모두가 있는 자리는 문제 제기를 하는 데 편안한 자리가 아니다. 조직문화 설문조사도 단순히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머무르기 쉽다. 이러한 루틴한 프로그램 운영에서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진솔한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어려운 점은 경영진의 관점을 바꾸는 것일 것이다. 경영진에게는 사회적, 조직적 지위의 특권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을 갖지 못한 것이 어땠는지 기억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세상을 다르게 보는 MZ 세대의 직원들과 마주했을 때 많은 경영진들은 들으려 하지 않고 이들의 용기를 간과하기 쉽다. 따라서 경영진을 비롯한 리더들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 만약 젊은 직원들과의 대화가 자신을 전혀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본인이 더 많이 말하고 있거나 직원들이 말하기 전에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고 멈추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둘째,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HR 관행의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시대에 회사의 모든 정보는 SNS나 다른 디지털 채널에 공개될 수 있다. 우리 회사의 정책과 관행이 외부에 공개되었을 때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많은 HR 담당자가 우려하듯 정보의 공개는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뉴 노멀 시대의 새로운 변화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HR은 앞으로 성과 분배, 채용, 인재 배치, 인재 개발, 근로 관행 등 여러 분야에서 높은 투명성이 요구될 것이다. 투명성에 대한 요구는 결국 디지털 HR, 데이터 기반 HR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구성원들의 의구심에 답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기반한 합리적 의사결정이라는 것을 보여줘야만 하기 때문이다. HR에 있어서도 근거기반 경영에 대한 기준점은 점점 높아질 것이고,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구성원의 목소리에 대한 잘못된 대처는 기업 가치에 돌이킬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오히려 구성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의사결정의 유연성을 발휘하여 조직문화를 혁신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하려는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윤명훈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이전에는 10년간 조직 개발 및 리더십 진단/교육을 담당했다. 전략과 기술, 사람의 접점에서 디지털 변혁에 필요한 조직역량과 디지털 리더십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HR인사이트>, <월간 인재경영>, <R&D HRD>, <평생학습타임즈> 등 HR과 학습 관련 전문지에 칼럼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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